우리사는 세상
_______개 시 곡_______
만남의 자리, 나눔의 자리 "우리 사는 세상"입니다. 안녕하십니까, ____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우리 사는 세상"생활수기로 길림성 연길시 박련희씨의 수기 "남자와 강아지"를 전해드린 후 할빈시 아성구 김명화씨의 해외일기를 통해 해외진출 동포들의 정감과 생활을 읽어보겠습니다.
방송으로 함께 하는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________간 주______
지난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 즉 "3.8"부녀절이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여성동포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바입니다. 여성들의 명절이라는 "3.8"부녀절, 맡은바 사업으로 가무로 눈코 뜰 사이 없이 일상을 보내는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의 명절을 보내고, 또 명절을 맞는 여성들의 심정은 어떻할까요?
네, 짧은 글 몇 편을 통해 여성들의 명절생활과 정감을 알아보겠습니다.
"3.8절, 내가 제일 크다"
제목을 쓰고 보니 너무 거창한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 3.8"절을 쇠고 싶다. 오늘까지 나의 "3.8"절은 오해가 많은 명절이었다. 분명히 부녀절이라고 이름을 지었건만 항상 남편친구들이 모여서 술 마이고 노래하고 마지막에 사우나까지 가는 날이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남편친구들의 아내들도 의례 그려니 하고 불평 한마디 없이 밤늦게까지 술시중을 한다.
그리고 이튿날이면 모여서 오구작작 야단이다.
"뭐 저들이 더 좋아 술 마시는데 뭐."
"3.8부녀절이 아니구 3.8부남절이라 해야겠네."
... ....
그러나 다 행차 뒤 나발이다.
그래서 올해는 진짜 우리 명절인 "3.8"절을 보내기로 합의 보았다. 회사에서도 마침 여성의 날이라고 하루 휴가를 주었다. 아침에 애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뜻 깊은 3.8절을 쇠려고 거리에 나섰다.
"여성은 꽃"이라고 했으니 우선은 옷차림부터 정리해야 겠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명품복장가게에 들렸지만 너무 엄청난 가격에 눈망울이 튀어나올 정도다. 아무리 독하게 돈을 쓴다 해도 이것은 아니었다. 한 달 노임을 옷 한 벌에 다 주고나면 한집 식솔이 굶어야 하는 판이다. 그래서 평가복장가게에 들려 질이야 어떻든 우선은 멋져보이는 옷으로 한 벌 골라 입었다. 그리고 미장원으로 향했다. 미장원에 들렸던 기억도 이젠 아득히 먼 기억으로 남아있다. 얼굴 마사지도 하고 미백에 보습이요 영양이요 하고나니 절로도 반짝반짝 미녀가 된 기분이다.
미장원에서 나오니 오후 3시쯤 되였다.
미인이 된 기분을 찾노라 점심도 굶었기에 우리는 음식점으로 향한다. 간단히 술 한 잔 하자던 것이 남편 흉에 시집 흉에 아들자랑까지 하다보니 그만 도를 넘었다. 술에 취하면 술이 술을 마인다더니 마지막 잔 마지막잔 하던 것이 그만 취하게 마셨다. 세상이 콩알만해서 “오늘은 내가 제일 크다”고 소리칠 때 핸드폰이 울렸다.
"그래, 나다. 누군데?"
전화 받는 것도 평소와 다르다. 온 세상을 지배하는 그런 특권을 쥔 사람다운 기세다. 그런데 전화에서 아들애 울음소리가 들리고 유치원선생님의 짜증난 목소리라 울린다.
"저희 퇴근시간이 이젠 많이 넘었어요. 애를 데려가세요."
아차, 그만 아들 애를 깜빡했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5시가 훨씬 넘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순간, 금방 산 새 옷이 쫙 하는 소리와 함께 찢어진다. 그런 걸 고려할 사이도 없다. 먼지를 뽀얗게 날리며 유치원에 달려갔더니 홀로 남은 아들애만이 훌쩍이고 있었다. 연신 미안하다고 선생님한테 머리를 조아리며 유치원 문을 나선다.
참 "뜻 깊은" "3.8"부녀절이다.
내가 제일 크면 뭘 하랴. 시간 맞춰 출퇴근하는 남편이 더 큰데. 내가 제일 크면 뭘 하랴. 아직은 철부지인 아들애가 더 큰데. 내가 제일 크면 뭘 하랴. 결혼하고 나면 하루세끼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가무가 훨씬 더 큰데...
그러고 보니 아줌마 되고나면 폼 잡지 말고 그냥 소중한 내 가정 잘 꾸려나가는 것이 제일 큰 것 같다.
________간 주______
전에 어느 자금마한 산간마을에서 교원사업을 할 때의 일이다. 개학 초에 맞이하게 되는 "3.8"부녀절이었다. 여성교원들은 아직 심드렁한데 남성 교원들이 벌써부터 물어온다.
"'3.8'절을 어떻게 쇠겠어요? 양을 잡을까 아님 개를 잡을까요?"
그 때만해도 농촌에 먹을 일만 있으면 집집마다 흔해빠진 개아니면 양을 엎어놓고 3-4일씩 놀 때였다.
"뭘, 우리 여성들이 부녀절을 쇠지 자네들이 부남절을 쇠나?"
연세가 든 여성교원들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면 남성 교원들은 여성들의 명절을 근사하게 치러주려고 그러는 거라며 비위 좋게 너스레를 떤다.
입에 바른 말은 아니었다. "3.8"절 그날이면 남성교원들은 점심부터 앞치마를 두르고 부뚜막을 오르내린다. 서툰 솜씨지만 정성껏 음식을 장만해 상에 올린다. 우리 젊은 여성교원들은 그런 남성들의 모습에 감동을 금하지 못하지만 연세가 든 여성교원들은 이제 지켜보라며 심드렁한 태도다.
그 말이 틀린 데 없었다. 우리 여성교원들은 와인 한잔이 고작이었지만 남성교원들은 소주에 이어 맥주를 마신다. 이렇게 서너 시간씩 이어지는 술상에 우리 여성들은 찌들지만 남성들은 젓가락으로 상을 쳐가며 노래까지 불러댄다. 그래도 여성들의 명절이라는 것만은 잊지 않아 "여성은 꽃이라네"로 서두를 뗀다.
함께 쇠기로 한 명절이라 훌쩍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고, 그래서 간신히 버티노라면 저녁밥을 먹어야겠는데 해정도 할 겸 장국을 끓여달라며 투정이다. 그래서 밖을 내다보면 지친 하루해도 가물가물 얼굴을 감춘다.
"부녀들 명절에 뭐 자기들이 좋아 야단이야!"
눈을 흘기고 빈정거려도 보지만 이미 녹초가 된 남성들에게는 아무것도 먹혀드는 것이 없다.
그런 세월도 이젠 옛말이 됐다. 그러나 "3.8"절이면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좋아한다던 연세 많은 여성교원들의 말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
올해도 예외 없이 "3.8"절이 다가오는데 한사무실 동료 남성들이 벌써부터 흥이 도도하다.
"개는 이미 말해놨는데 술은 누가 사나?"
"술은 내가 대지. 집에 좋은 약술이 많으니까."
"그럼 다 된 셈이네?"
"3.8"절은 완전히 저희들 남성들의 명절로 아는가 보다.
"다 준비 됐는데 여자들이 없죠?"
내가 한마디 끼어들자 폭소가 터진다. 그래도 명색이 '3.8"절인데 여성들이 꼭 참석해야 한단다.
한 사무실을 쓰고 있는 언니는 자기 남편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1차는 뭘 먹고 2차는 누가 내고 3차는 어디로 가는가로 분공이 명확하단다.
웃음 끝에 많이 대범해진다. 그래 웃어보자. "3.8"절 하루만이라도 즐거워하자.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떻고, "3.8"절에 남자들이 즐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숨 가쁜 현실을 살아가노라면 하루쯤 편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 "3.8"절 하루만이라도 마음껏 취하고 마음껏 뛰놀아보자!
"3.8"절, "여성의 날" 역시 새 봄을 맞이하는 계기로 되는가 싶다.
________간 주_______
"3.8"절이 방금 지나갔다. 해마다 이 날이면 우리 조선족들은 가는 곳마다에서 다종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노년협회의 활동을 스케치해본다.
"이제부터 활동을 시작하겠는데 3.8절이 무슨 날인가를 어느분이 말씀해 보십시오."
회장님의 말씀이었다.
"3.8절이란 1909년 3월 8일, 미국 부녀들이 자유와 해방을 쟁취하기 위해 성대한 시위를 가졌는데 차년에 국제부녀사회주의조직이 3월 8일을 국제부녀절로 결정한 것입니다."
교원출신인의 한 노인의 정답이었다.
"내가 보기엔 우리 조선족으로 말하면 3.8절을 단오나 추석보다 더 성황리에 쇠니 이는 우리 민족의 구정 다음의 두 번 째 큰 명절이오."
"좀 더 통속적이고 유머적으로 말하면 이 날은 남성들이 여성들 보다 더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인기오."
이렇게 말이 가지를 벋자 사람들은 손벽치며 웃고 떠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활동으로 오전에는 우선 모범가정, 모범부녀들을 민주로 선거해 장려한다. 붉은 꽃을 달아주고 박수갈채 속에서 상품을 수여한다. 뒤이어 분조별로 준비한 다채로운 문예종목들을 환호 속에서 공연하고 윷놀이도 열광적으로 벌린다.
오전활동이 마무리되자 점심식사시간이 되였다. 지금은 사람들이 무슨 집회가 있으면 의례 한 턱 먹는 것이 '고질'이 되였다. 하여 협회에서는 이날 각자가 음식을 장만해 오도록 포치했다.
회원들이 가져온 도시락을 펼치니 정말 가관이었다. 돼지발족, 구운 닭 등속은 더 말할 것 없고 찰밥, 순대, 묵, 찰떡, 송편, 김밥, 더덕, 고사리, 감주, 막걸리…별의별 음식이 다 있었다. 음식매장을 방불케 했다. 혼자 오면서도 몇 사람 분을 가져왔는가 하면 슈퍼에서 사온 것도 많으니 그 정성을 알 수 있었다. 회원들은 자기 음식을 서로에 권하며 맛있게 먹었다.
회원들이 나름으로 음식을 갖추니 음식점에서 먹는 것 보다 퍽 경제적이었고 회관에서 음식을 장만하면 아낙네들이 수고하는 것도 피면할 수 있었다. 또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각이해 더욱 좋았다. 그러니 점심 식사시간은 식사도 식사지만 음식과 더불어 서로의 정을 나누는 시각이기도 했다.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진행된 오후 자유오락은 더욱 환락으로 들끓었다. 각자가 자기의 장끼와 재능을 한껏 발휘하는데 각설이타령, 곱사등이춤은 사람들로 하여금 배꼽을 싸쥐게 했다. "타향살이"를 구성지게 불러 사람들이 쓰라렸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를 재치 있게 불러 젊음을 되찼게 하는 노인도 있었다.
자유오락이 끝나자 석별을 앞두고 또 남은 음식을 상에 올려 "2차"를 시작했다. 서로간의 만수무강을 축원하기도 하고 다음 "3.8"절의 만남을 기약하기도 했다.
"3.8"절은 무슨 날일까! 이 협회의 활동이 어쩌면 일종의 답안이 될 수도 있으리라.
네, 이상은 "세계여성의 날" 즉 "3.8"부녀절 여성들의 생활과 정감이었습니다. 글 전해주신 동녕현 이현숙씨, 상지시 정복리씨 감사합니다.
_______노 래______
계속해 "우리 사는 세상"생활수기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길림성 연길시 박련희씨의 "남자와 강아지"입니다.
함께 산행을 다니던 친구네집에 갔다가 태어난지 20날밖에 안 되는 새끼강아지를 발견했다. 초롱초롱한 눈말울에 솜같이 부드러운 털을 가진, 조금은 어리버리한 강아지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나는 무작정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고 이름을 "별"이라 지었다.
"별"은 문소리가 나기 바쁘게 꼬리를 쉴 새 없이 저으면서 사람한테 매달렸고 사람이 앉기 바쁘게 손발을 핥아주고 지어 머리와 얼굴까지 핥아주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별"이 우리 집에 오자 집에 들어오기 싫어하던 아들애도 공부가 끝나기 바쁘게 집에 돌아와 강아지한테 먹을 것을 챙겨주었고 같이 놀아주었다. 새벽 4시부터 깨여나서 배가 고프다고 아무 곳이나 마구 핥아대는 "별"의 뒷시중을 곧잘 해주었다.
그런데"별"을 키우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종일 뒤를 졸졸 따라다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고 종일 강아지 똥오줌을 주무르다가 일상을 끝내군 했다.
밤에 제대로 잘수 없는 것이 제일 큰 난제였다. 강아지를 한 시간이나 다독거려 재워서 제통에 갔다 놓으면 기어이 침실에 들어오겠다고 문을 긁으며 낑낑 울어댔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침실에 들여놓으면 꼭 사람한테 감겨들어 잠을 자려했다. 그런데다 장밤 뒤척이며 자는 바람에 원래 신경이 예민한 나는 잠을 설치군 했다. 간혹 내가 돌아눕다가 강아지를 깔아놓았더니 죽는다고 소리를 쳐댔고 한참이나 앓음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아무리 욕하고 때려도 똥오줌을 가리지 못했고 그냥 발 닦는 수건이 있는 곳에 가서 오줌을 싸야 직성이 풀리는 듯 했다. 강아지를 화장실에 들여다 놓으면 바닥에 있는 물을 핥아 먹을 뿐 소변을 보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화장실에서 내놓기만 하면 곧바로 소변을 아무 곳에나 보곤 했다.
결국 한달이 못돼 "별"은 우리 집에서 축출당하는 신세가 됐다. 언니네 집으로 보내졌다. "별"을 떠나보내고 며칠이 되지 않아 강아지가 그리워났다. 홀로 앉아 언니네 집에서 자랄 "별"을 생각하노라니 문뜩 남자도 강아지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아내가 늘 이해해주고 보듬어주고 안아주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쇼핑으로 카드를 좀 긁거나 일로 집안을 미처 정리하지 못하면 얼굴이 흐려진다. 또 밥상에 자기가 즐기는 반찬이 없어도 곧잘 삐진다. 뿐만 아니다.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자기 아내를 귀찮아하고 때론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기도 한다.
서로가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면서도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 하는 것이 인간인가 싶다. 가까이 있음이 소중한 것임에도 평범한 일상으로 그 소중함을 모를 수도 있다.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이런 평범함을 잃으면 그 소중함을 기억하고 안타가워 한다.
아내의 잔소리는 깨끗한 집, 반듯한 아이, 건강한 남편을 위한 사랑의 외침이다. 아내의 외식타령은 일년 내내 밥 짓고 치우는 그런 걱정 없는 잠깐의 여유라도 찾고 싶은 소박한 소망에서이다. 아내가 주말이 돼 밖으로 나가고 싶어 안달하며 볶아대는 것은 출퇴근도 없이 쏟아지는 일거리를 처리해야 하는 그녀의 일터가 바로 집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날 사랑해? 사랑이나 하냐고..."하면서 귀찮도록 따라다니며 물어대는 것은 남편의 키스가 아무런 느낌도 없기 때문이다. 아내가 바라는 것은 사무치는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그런 키스다!
광풍폭우 속에서 구명대 하나를 놓고 "당신만은 살아주세요"라고 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죽음을 앞두고서도 "나는 비록 죽지만 당신만은 살아있어 너무 좋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의 아내이다. 이젠 남편들도 아내를 좀 더 아끼고 지켜주고 사랑해주는 세월이 된 것이 아닐까!
네, 이상은 "우리 사는 세상"생활수기로 감상한 길림성 연길시 박련희씨의 "남자와 강아지"였습니다. 글 보내주신 박련희씨 감사합니다.
________노 래_______
전번주의 계속으로 할빈시 아성구 김명화씨의 해외일기를 통해 해외진출 동포들의 생활과 정감을 알아보겠습니다.
무심코 던진 비닐봉지
일본은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어디든 거리가 깨끗하다. 바람에 날리는 비닐조각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거리를 걷다보면 "일본은 과연 선진국에 손색이 없다." 는 느낌이 든다.
나는 요코하마의 일본인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했다. 꽤 큰 식당으로 1,2층으로 되어있었고 주방 접대원 8명, 객실 복무언이 20명이다. 복무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엄격해 출석 확인을 전자카드로 한다. 지각하면 월급을 깎는다.
2003년 8월 30일 아침, 나는 출근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일본 여름 날씨는 비도 매일이다 싶이 오지만 날씨 또한 엄청 덥다. 내가 근무하는 식당 부근에 와서 길옆에 있는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쏙 집어넣었다. 맛있는 얼음과자가 톡 튀어나온다. 시원한 얼음과자를 입에 넣어 맛을 음미하며 걷는데 뒤에서 "모시모시"하는 소리가 들린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60세가 훨씬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내 쪽을 향해 손짓을 하며 뭐라고 소리 치고 있었다. "생면부지의 일본할머니가 나와 무슨 상관이람?" 나는 출근 시간이 임박해 늦기 전에 카드로 출근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다시 "모시모시"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 모자를 쓰고 지팽이를 짚은,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최대한 속력을 내여 달려오는 모양이다. 마침 나의 앞을 마주오던 행인이 "당신을 부르고 있소"라고 하였기에 나는 별 수 없어 멈추어 섰다.
할머니는 나의 앞까지 와서는 손에 쥔 작은 비닐봉지를 흔들어 보이며 "왜 길바닥에 이걸 버리고 가느냐!" 고 꾸짖는 것이었다. 그때에야 나는 비로소 할머니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할머니 손에 든 얼음과자 봉지를 받아 쥔 나는 얼굴은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께 미안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그 비닐봉지를 손가방에 넣고 돌아서는데 할머니는 다시 나의 손목을 잡아 쥐고는 가방에서 그것을 끄집어내어 길가의 휴지통에 넣게 했다. 그러고 나서 손을 흔들며 "쟈-네(" 라고 말했다. 내 생애에 그때만큼 부끄럽고 당황했던 때는 없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비닐봉지를 뜯어 아무렇게나 길바닥에 던지는 40대 초반의 중국인인 나. 길바닥에 던져진 그 비닐봉지를 주어들고 휴지통에 넣으라고 온 힘을 다해 뒤 따라 오는 70세가 다 되어가는 일본인 할머니...
일본 어디를 가든 길거리가 깨끗한 것은 국민 모두가 자기 집 마당처럼 정결하게 하고 누구든 길거리에 휴지를 버리거나 더럽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일본의 국민정신 때문인 것이다. 이런 국민정신은 바로 애국심이 아니겠는가?
_______간 주_______
감귤 하나
일본은 ‘세계 감귤의 왕국’으로 불리우고 있다. 감귤의 원산지는 아세아 여러 나라 해안지대지만 일본은 일찍부터 공예작물로 재배하며 상품화시켰다. 일본의 감귤은 이 나라의 특수한 지리적 위치와 기후특징으로, 일본인들의 재배기술의 향상으로 색갈이 곱고 맛이 틀별하며 당도 또한 높다.
일본에서 감귤나무는 홋가이도를 제외하고 전국 각지 높은 산이나 낮은 산비탈 어디에나 재배되고 있다. 지어는 동네집 답장 안에, 길거리 가로수에도 노란 감귤이 주렁주렁 풍성하게 열리여 있다. 해마다 3,4월이 되면 감귤 꽃이 활짝 피어 온 천지가 향기로 가득하고 8-9월이 되면 노랗게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간다. 하여 길거리를 걷는 행인들은 자연이 베풀어주는 가을의 이 정취를 한껏 만끽하게 된다.
어느 날, 나는 일본의 이 특수한 가을을 감상하며 거리를 걷게 되였다. 나는 여직 영화나 텔레비전에서나 보았지 실제로 주렁주렁 노랗게 탐스럽게 열린 감귤나무는 처음으로 보는지라 짙은 감귤나무 행기에 취할 듯 했고 저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내 눈앞, 입에 닿을 듯 축 늘어진 가지에 매달려 있는 감귤, 그것은 너무 탐스럽고 먹음직해보였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감귤에 손이 갔다. 제일 큰 걸로 하나 따려고 하는데 옆을 지나가던 어린 남자애 둘이서 손을 저으며 “아주머니 ,그걸 뜯으면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손을 멈추고 그 애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한 아이가 “아주머니, 아무나 그렇게 뜯어 가면 다른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을 구경할 수 없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과수원도 아니고 개인집 울안에 있는 것도 아닌 가로수로 되어있는 감귤나무에서 감귤하나 따는 것 가지고 저 꼬마들이 내게 훈시를 하다니,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슬며시 화도 났으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창피스럽기도 했다.
가로수에 달린 과일이나 산등성이에 열린 것들은 주인이 없는 줄로만 생각했는데 꼬마들이 말을 되새겨보니 우리 모두가 주인인 셈이다. 누구나 이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즐길 권리가 있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이웃집 일본아주머니한테 오늘 당한 얘기를 들려주었더니 그 아주머니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우리 일본사람들은 자기 것이 아니면 가지려고 하지 않으며 산이나 들에 핀 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고 즐기기 위해 꺾지 않는다.”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그날에 따먹지 못한 감귤이 너무 눈앞에 얼른거려서 이튿날 과일가게에 가서 한 비닐주머니 사서 맛있게 실컷 먹었으며 쉬는 날에는 그 감귤나무를 찾아가서 사진도 몇 장 기념으로 찍었다.
일본인들은 공중도덕을 지키는데 세계적으로 으뜸이라는 말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으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렇게 길가의 가로수에 달린 감귤 하나에도 철저할 줄 몰랐다.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성장으로만 되는 게 아니고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선진이 되어야 한다고 믿게 됐다.
________음 악_______
좋은 이야기로, 좋은 글로 엮어지는 "우리 사는 세상",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제작에 남석준, 진행에 _____었습니다. 안녕.

